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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1

청 [Blue] - 4

전날 오후 1시. 알록달록 물감이 튀어 바닥이 너저분한 화실. 그안에서 한 여자가 홀로 캔버스를 다듬으며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파레트에 물감을 짜내며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콧등을 가볍게 잡고 숨을 참아본다. 그녀의 버릇이다. '먼저 전화를 걸어볼까, 아니면 기다려 볼까?' 그리고 그녀 앞에 놓여있는 젯소가 칠해져 건조된 캔버스에 붓을 올렸다. 붓은 파란색으로 중형 캔버스 구석구석 꼼꼼하게 칠을 하고,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불균형한 원 형태를 여러 원색으로 그리고 속까지 칠해 나갔다. 파란 바탕의 여러가지 색깔의 원들. 그녀는 원 안에 사람의 표정들을 하나하나 짙은 회색의 물감으로 그려본다. 우는 얼굴, 웃는 얼굴, 화가 난 얼굴, 그리고 평온한 얼굴들. 그 여자는 ..

카테고리 없음 2025.09.09

청 [Blue] - 3

- 전날 저녁 9시. 남자의 짧지만 다듬어진 턱수염은 평범해보이는 직장인과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피곤한 표정을 짓고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 보던 남자는 화면 구석에 뜬 메시지 알림을 봤다. 그리고 이내 집중력의 흐트러짐을 느끼고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내 캔을 따며 메신저를 클릭했다. ' 24년 12월 16일/ 아마 네가 원하던 것도 얻을 수 있을것 같은데 메시지 확인하면 전화줘 '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나는 많은 것을 잃은 남자.' 그 남자는 본인을 늘 그렇게 불렀다. 잃어버렸기에 되찾고 싶어하는 남자. 남자가 몸을 뒤로 기대자 의자는 끼이익 소리를 내며 뒤로 젖혀졌다. 남자는 천장의 조명을 멍하니 쳐다보며 또 생각했다. '어차피 연락이 왔다는건, 나도 또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겠..

카테고리 없음 2025.09.09

청 [Blue] - 2

쯔반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먹는다면 내 분노를 없애려고 먹는거겠지?' 쯔반은 파란 눈동자에 동그란 동공으로 츄르를 핥으며 그녀를 본다. 확실히 거짓말이다. 그녀는 쯔반을 알고 지냈던 3년간 쯔반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길고양이치고 성격이 느긋하고 차분한게, 이미 많은 감정들을 소화 시켜버린 것처럼 보였고,이미 '분노'는 쯔반에게 필요가 없을것 이다. 아마도 분노를 먹을 필요가 없다면, '사용'이 목적일텐데. "그래, 뭐 더는 물어봐도 우리는 그 이후를 보면 알 수 있으니깐." 그녀는 길게 물어보지않고 다음 할 말을 이어가며 남은 츄르를 끝까지 손끝으로 짜내어 손가락을 쯔반에게 갖다 주었다. 사냥의 시간이 지나가면 어차피 알기 싫어도 분노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게 된다. "인지자, 구도자...

카테고리 없음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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