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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1

서곡 [Overture] - 2

출근 시간을 피해 도착한 역 출구 거리는 다행히도 한가했다. 나는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그 너머를 바라보며 걸었다. 가로수 그늘이 아직 사선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이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틈을 따라가면, 오늘 찍을 피사체는 입체적으로 살아날 것 같았다. 주소를 다시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기니, 은빛 명판이 눈에 들어왔다. ‘비즈타워 290’ 푸른빛 통유리는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며 건물 전체를 깔끔하게 감싸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이는 철골조 구조가 차갑게 단단해 보였고, 1층에는 편의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편의점을 이용하면 인식을 피해 자연스럽게 건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편의점은 측면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기며 자연스럽게 건물..

카테고리 없음 2025.09.16

서곡 [Overture] - 1

서곡 (Overture) 유년 시절의 꿈을 꾸었다. 갑작스러운 열병에 걸린 나는 약을 먹고, 한기를 느끼며 잠을 청했다. 몸은 떨렸고, 머릿속에서는 알 수 없는 공간감이 피어났다. 나는 무한히 작아지면서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은 끝없이 확장됐다. 거대하고 어두운 공간. 그 중심에는 내가 있었고, 나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의 점으로 변한 나는 세상의 모든 물질을 뿜어내고 있었다. 내가 보았던 자동차, 거리, 사람들, 내가 경험했던 모든 순간과 기억들이 물체가 되어 급류처럼 쏟아져 흘러나왔다. 그 길고 거센 흐름을 나는 그저 바라볼 뿐, 개입할 수는 없었다. 멀리서 본 그 흐름은 하나의 거대한 기둥이 되었고, 나는 서서히 두려움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아무..

카테고리 없음 2025.09.14

청 [Blue] - 5(완)

문이 가볍게 열리고 습하고 달콤한 향이 하얗게 방 안으로 퍼져나갔다. 아침 산책이 끝나고 새로운 룸메이트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 그녀는 머리의 물기를 잘 건조된 수건으로 어루어 감싸고, 침대 위에서 낮아진 도시를 바라보고있는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쯔반, 아마도 같이 지내려면 널 좀 씻겨야 될 것 같은데?" 쯔반은 이에 들은 체 하지 않고 귀가 뒤쪽을 향해 살짝 젖혀졌다 다시 앞쪽으로 돌아갔다. 역시 인간이든 고양이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는 것이 맞다. 커다란 그릇에 많은 양의 콘푸로스트를 담으며 그녀는 말했다. "아침을 먹고 발현지에 너랑 함께 다녀올거야." 쯔반은 그릇과 씨리얼이 부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반응하고,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했다. '너도 처음 가는 곳이지?' 창문방향 바닥..

카테고리 없음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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