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 시간을 피해 도착한 역 출구 거리는 다행히도 한가했다.
나는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그 너머를 바라보며 걸었다.
가로수 그늘이 아직 사선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이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틈을 따라가면, 오늘 찍을 피사체는 입체적으로 살아날 것 같았다.
주소를 다시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기니, 은빛 명판이 눈에 들어왔다.
‘비즈타워 290’
푸른빛 통유리는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며 건물 전체를 깔끔하게 감싸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이는 철골조 구조가 차갑게 단단해 보였고, 1층에는 편의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편의점을 이용하면 인식을 피해 자연스럽게 건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편의점은 측면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기며 자연스럽게 건물 안내판을 살폈다.
28층으로 이루어진 복합 사무용 건물.
1층부터 3층까지는 상가가 입점해 있었다.
내가 확인해야 할 것은 아마 4층부터 28층까지, 현재 운영 중인 사무실일 것이다.
‘…딱’
안내판을 훑는 순간, 머릿속에서 짧은 박수 소리가 울린 듯한 느낌이 스쳤다.
나 말고도 이곳엔 또 다른 ‘인지자’가 있는 듯했다.
만약 일상생활 중에 멍하니 혹은 의욕 없이 생활하다가 특정한 소리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게 정말 귀로 들린 소리일까?’ 의심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 머리속에서 울린 소리였다. 나는 귀로 듣지 못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카드지갑을 꺼내 자연스럽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요즘 유행하는 여자 아이돌 노래였다.
하지만 시끄러운 곳만큼, 소리를 피하기에는 적합한 장소도 없었다.
담배와 온장고의 캔커피를 하나 집어 들고 계산을 마쳤다.
잠시 편의점 밖을 바라보자, 시야에 여러 인물이 들어왔다.
요쿠르트 기계를 타고 달리는 배달원.
건물 앞 낙엽을 쓸고 있는 중년 남성(아마 건물 관리인).
흡연 부스 안에서 잡담하며 담배를 피우는 두 남성(잠시 흡연을 위해 나온 듯).
그리고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껌을 씹는 여성.
껌을 씹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풍선을 불지 않고,
간혹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클릭음’을 내는 듯했다.
이곳엔 다른 인지자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얼떨결에 유리한 위치를 잡았다.
그 순간, 심장이 조금씩 빨라지며 스릴과 흥분감이 내 몸을 감쌌다.
-
몰려드는 출근길 인파는 언제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다녔다.
그들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가 쯔반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쯔반, 오늘부터 여길 노리는 애들이 많겠지?""
쯔반은 바닥에 내려지자 휙 돌아서며 말했다.
'아직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지금은 관심 없어, 쇼핑 가자.'
쯔반이 앞장서자, 북적이던 출근길 인파가 반으로 갈라지며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녀는 갈라진 인파 사이로 걸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아마 길을 열어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겠지?'
그녀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던 출근 중인 직장인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걷다,
쯔반과 부딪히기 전, 투명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옆으로 쓰러졌다.
그는 아마도 재수없게 바닥에서 살짝 솟아오른 보도블럭에 걸렸었다
생각하며 다시 무릎을 털고 일어나 갈 길을 갈것이다.
넘어진 인간은 그녀와 쯔반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듯했다.
쯔반은 넘어진 인간을 신경 쓰지도 않고 앞으로 쭉 걸어갔다.
'아마도 출근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인지자들도 발현지를 조사하러 올 것 같은데,
우리 수다쟁이가 첫날부터 큰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쯔반은 불확실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듯 말했다.
"아무래도 선우는 긴장하면 큰 실수하거나, 반대로 운으로 얻어 걸리는 애라서
그래서 더 기대되지 않니?"
그녀는 재밌는 상상을 했는지 웃으며 쯔반에게 말했고,
쯔반도 그녀의 말에 '야옹'이라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