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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Blue] - 4

Handevil 2025. 9.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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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포트 : 역광, 높은 벽위에 앉아있는 삼색 파란눈 고양이, 푸른하늘, 고양이를 보고 있는 갈색머리 여자 뒷모습

 
전날 오후 1시.

알록달록 물감이 튀어 바닥이 너저분한 화실. 그안에서 한 여자가 홀로 캔버스를 다듬으며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파레트에 물감을 짜내며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콧등을 가볍게 잡고 숨을 참아본다. 그녀의 버릇이다.

'먼저 전화를 걸어볼까, 아니면 기다려 볼까?'



그리고 그녀 앞에 놓여있는 젯소가 칠해져 건조된 캔버스에 붓을 올렸다.

붓은 파란색으로 중형 캔버스 구석구석 꼼꼼하게 칠을 하고,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불균형한 원 형태를 여러 원색으로 그리고 속까지 칠해 나갔다.


파란 바탕의 여러가지 색깔의 원들. 

그녀는 원 안에 사람의 표정들을 하나하나 짙은 회색의 물감으로 그려본다.

우는 얼굴, 웃는 얼굴, 화가 난 얼굴, 그리고 평온한 얼굴들.


그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이 그린 표정들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그림의 모퉁이에 작은 글씨로 '기민정' 이라는 이름을 적고,

벌써 오후 3시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
그리고 민정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두두두... 뚜 두두두."

연결되지 않은 수화기음은 민정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앞으로 있을 사건이 두달뒤에 있음을 알게 된 오늘, 분명 연락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은 확정할 수 없는 느낌도 또한 들었다.


'아직 연락이 올 시기가 아닌가 보다.'
민정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헤어드라이기로 그림을 살살 건조 시켰다.
오늘 그린 그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는 몇 달전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자신이 필요한 것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그이후 어떤일이든 강렬한 인상이나 경험을 받지 못했었다. 
어쩌면 이번생에도 끝내지 못 할수도 있는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무심하게 그렸던 그림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화실을 나갈 채비를 하며 SNS를 살폈다.
그녀의 계정은 비공개로 되어있는 상태였지면, 여전히 팔로워들의 소식은 피드에 나날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얜 아직도 이걸 하고있네, 정말 좋아하는 일이구나'
'진짜 오랫만이다. 졸업하고 얼굴많이 바뀌었어, 예뻐졌구나!'
'아 기억나 기억나, 얘네랑도 재밌게 놀고 그랬는데.'
많은 기억이 슬금슬금 살아나고, 추억도 다시 떠오른다.

민정은 본인의 인스타 아이디도 새삼 새롭게 보인다.
키스헤딩 [Keith heading]. 아마도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 키스 해링의 이름과 자신의 성을 연결해가며 만들었던 아이디였었다.

아직도 추억은 떠오르는걸 보니, 이제까지의 시도는 아직은 부족했었나 반성을 했다.



민정은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밖을 나섰다.

햇살은 여전히 여름이 지났지만 뜨거웠고 하늘은 더욱더 파란색이다.

파란색. 종류가 많지만 극과 극의 표현을 할 수있는 색깔.
우울과 슬픔을 표현할 차가운 파랑.
하늘의 높음과 광활함을 표현할 파랑. 그리고 하늘색 파랑.
생명의 붉은색과 대조하며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는 파란색.
그리고 진지할 수도 가벼울 수도 있는 파랑.

이러저런 잡생각을 하며 길을 걷던 그녀는 태양빛이 강렬하게 비춰지는 순간, 태양의 반대방향에서 똑바로 누워 있는 삼색 고양이를 봤다.
그녀가 아는 고양이다.

"쯔반, 너는 몇달만인데 너무 반가워, 너는 연락 받았어? 아니면 만나고 왔어?"

쯔반은 민정의 말을 듣고 등을 활처럼 굽히며 앞발을 쭉 뻗으며 스트레칭하고 대답한다.

'나는 내일 그애와 계약을 할거야, 그리고 걘 오늘밤이 돼서야 네게 연락을 할 것이고.
 혹시 아직 계약 전이라면.. 나와 개인적인 거래하나 추가 하는게 어때?'

쯔반은 다시 앞발을 모으며 가지런한 자세로 고쳐 앉는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서 쯔반의 실루엣이 아주 검게 보인다. 

민정은 찡그린 눈으로 쯔반을 쳐다봤고, 오묘한 푸른안광이 흔들흔들 빛나는 쯔반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구도자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해볼게"
햇빛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는 황금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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