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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1

서곡 [Overture] - 5(완)

나는 쯔반의 뒷발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쯔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나는 이제 슬슬 하루 일과 시작하러 가볼게." 쯔반은 무심하게 의자에 철퍼덕 엎드려 쓰다듬음을 받아들였다. ‘좀 더 있다가. 여기 햇살이 따뜻해서 잠이 잘 오는걸?’ 쯔반의 말에 나는 오늘 하루는 조금 천천히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었기에 쯔반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쯔반아, 누군가와 함께 '감정'을 수확하는 일은 처음이라 묻는 건데, 왜 '그녀'와 같은 집행자들은 정확한 날짜에 감정을 수확하려 하는 거야?" 나는 정확한 날짜를 고집하는 '그들'의 의도가 궁금해 물었다. ‘짧게 설명해 줄게. 인간들이 스스로 만..

카테고리 없음 2025.09.22

서곡 [Overture] - 4

오전 10시 30분, 비즈타워 290 앞. 기민정은 발현지에 도착했다. 그녀는 아직 ‘그녀’와 쯔반, 선우 진을 만나지 못했다. 어제 ‘그녀’와의 계약, 그리고 쯔반과의 계약을 마친 기민정은 어쩐지 밝은 갈색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구도자’가 되고 나서, 아니 자신이 구도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 그녀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자신을 옭아매던 집착도 내려놓게 되었고, 무엇보다 ‘감정’이라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던 인생이 한순간에 달라져 버렸다. 건물의 모든 면이 파란 통유리로 감싸져 있는 건물. 길 건너 멀리서 그녀는 오른쪽 눈을 감고, 건물 아래층부터 꼭대기층까지 하나하나 세어 보았다. 아마도 햇빛을 반사하는 파란 건물을 향해 한쪽 눈을 감고 찡그리며 바라보는 모습처럼 보였을 것이다. 기..

카테고리 없음 2025.09.21

서곡 [Overture] - 3

"삑… 삑…!" "물건 좀 더 고르고 와서 계산하겠습니다."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가 들리는 중, 나는 점원에게 말해 계산을 미루고 가판대를 가림막으로 삼아 다른 '인지자'를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인지자는 단순히 알아차리고 인지하는 것만 하는 존재는 아냐. 동시에 숨어 있는 다른 경쟁자를 인지하거나 색출할 수도 있지.’ 그녀는 내가 인지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인지자의 역할 수행 방법과 '우리들' 외의 존재들도 알려주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냄새가 나는 것, 심지어 음식이나 음료에서 나는 맛까지 네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올 때가 있어. 특히 발현지에서의 이질감은 다른 경쟁자가 주변에 있다는 뜻임을 잊지 ..

카테고리 없음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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