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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Overture] - 5(완)

Handevil 2025. 9. 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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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쯔반의 뒷발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쯔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나는 이제 슬슬 하루 일과 시작하러 가볼게."

쯔반은 무심하게 의자에 철퍼덕 엎드려 쓰다듬음을 받아들였다.

‘좀 더 있다가. 여기 햇살이 따뜻해서 잠이 잘 오는걸?’

쯔반의 말에 나는 오늘 하루는 조금 천천히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었기에 쯔반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쯔반아, 누군가와 함께 '감정'을 수확하는 일은 처음이라 묻는 건데, 왜 '그녀'와 같은 집행자들은 정확한 날짜에 감정을 수확하려 하는 거야?"
나는 정확한 날짜를 고집하는 '그들'의 의도가 궁금해 물었다.

‘짧게 설명해 줄게.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감정 외에, 우리가 수확할 수 있는 거대한 감정의 씨앗을 집행자는 감지할 수 있어.
그 ‘거대한 감정’이란 건 집단의식이나 예고된 예언 따위는 아니고, 어떤 집단이나 우리 같은 단일 그룹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감정’의 씨앗을 뿌리는 거야.’

나는 생각보다 쯔반의 설명이 길다고 느꼈지만, 이해되지 않아 더 물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감정을 뿌린 거고, 우린 그 감정을 손에 넣기 위해 그 ‘누군가’를 막아야 하는 거야?"

쯔반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핵심을 짚었지만, 누군가가 뿌린 감정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혹은 경쟁자를 막아서
감정을 얻는 건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야. 방법이란 건 감정을 심어낸 누군가와 힘을 합쳐 발현지에서 새롭게
피어난 다른 종류의 감정을 수확할 수도 있고, 심어진 감정을 무효화해서 우리가 그 감정을 가져올 수도 있지.’

설명을 들은 나는 쯔반에게 궁금한 점을 하나 더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네가 얻은 감정은 사용할 생각이야? 아니라면 심을 생각인 거야?"

쯔반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더니, 골골골 소리를 내며 잠에 들었다.

 

프롬포트 : 빌딩 넓은 로비, 벽은 하얀 대리석, 한가운데 시계, 여러개 엘리베이터 입구

-
선우진은 로비를 서성이다가 주변을 찬찬히 훑어보며 관리사무실에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노크도 없이 들어간 관리사무실은 CCTV 모니터가 수십 대 이상 켜져 있는 관리사무실 치고는 커다란 공간이었다.
그리고 간이 칸막이 안쪽에서 누군가 대답하며 걸어 나왔다.

"네, 어떻게 오셨어요?"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어르신이 피곤한 듯 허리를 펴며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사실 이곳에 단기 임대로 작은 사무실을 얻으려 하는데, 어디에 문의드려야 할지 여쭤보려 들렀습니다."

어르신은 칸막이 안쪽 책상 위의 명함을 하나 가져다주며 선우진에게 말했다.
"사무실 알아보려고 왔어요? 여기 명함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연락하면 되고, 김 소장한테 명함 받고 연락했다고 말해 보아요."

선우진은 명함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카드지갑에 집어넣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저… 실례지만 뭐 하나 더 여쭤봐도 될까요?"

관리소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선우진이 말을 이었다.
"혹시 이 건물에 화재 대피 방송이나 비상시에는 모든 사무실에 공용 방송을 켤 수 있나요?"

선우진은 입술 끝이 찢어지듯 가로로 활짝 퍼지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완벽하게 친근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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