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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시간이 오고 있다.
그녀의 방은 온통 파란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파란색 벽지, 파란 이불, 파란색 시트의 소파. 시선이 머무는 모든곳은 파란색.
그리고 강렬한 주광색을 내뿜는 길다란 스탠드 하나. 방 안을 따뜻한 색으로 덮어주고 있다.
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4시, 아니 새벽이다.
모두가 최후의 수면을 취하고 있는 이 시간에 주거중인 오피스텔 밖으로 나와 그녀는 방향을 정하지 않은것 처럼 발길이 가는대로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걷다가 걷다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그녀는 한 건물을 발견하고 건물에 가까이 가기전 휴대폰전원을 끄고, 건물을 똑바로 바라보고 선 뒤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건물을 향해 전력질주.
그대로 창문조차 없는 노출콘크리트로 설계된 그 건물에 부딪힌다면 분명 사람의 몸은 멀쩡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부딪히기 전 숨을 들이켰고, 숨을 참았다.그리고 그녀의 세상만 바다 ‘속’이 되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벽에 손을 대며 벽을 헤엄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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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가장 차가운 색.
그녀는 물속을 걷는 듯 발을 통통 튀기며 수직으로 벽을 걸어 올라갔다.
참았던 숨을 내쉬는 날 숨.
그러자 그녀의 주변은 다시 공기로 차올랐다.
경사가 있는 징크판넬지붕, 살금살금 꼭대기로 오른다. 하늘로 수직으로 향한 뾰족하고 높은 지붕. '쯔반'의 취향인듯 하다.
동트기 직전의 진한 푸른색 하늘 아래의 새벽, 건물지붕에서 그녀는 준비해둔 츄르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기다리고 있던 거 알아, 나와."
그러자 그녀의 머리 위 허공에서 유리같은 사각의 공간이 접히고 또 접히며 거기서 삼색의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후드속으로 들어왔다.
쯔반은 당연하다는 듯 나타났고 그녀도 오른쪽 어깨에 올라타 있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준다.
'약속에 늦진 않겠지만 그래도 보고있었어.'
그녀의 머리속에서 이 삼색고양이의 생각이 들린다.
"응, 방금왔어. 앞으로 두달 뒤, 12월16일 설계를 해준대서 직접왔어."
그러자 고양이가 그녀의 어깨에서 내려와 그녀와 마주보고, 앉고 말했다.
'내 몫은 그들의 분노야'
쯔반의 눈은 파란색, 가장 차가운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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