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빠르게 새로고침 버튼을 연신 두들겼다.
오늘도 똑같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강박증이 발현됐다. 시원한 24도의 에어컨 바람이 나의 등을 스쳐가도, 가슴은 뜨겁게 쿵쾅 거리고 화를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이 든다.…
“보라씨, 미안한데 볼펜 좀 빌릴게.”
…
“보라씨, 커피 주문한게 왔는데, 내거랑 바꿔 마실래?”
“아, 잠깐 화장실 다녀올께. 퇴근 할 때 같이 나가자.”
….
분명한건 아주 일상적인 대화였다.
글로 적어 본다면 아무런 이상함이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지만, ’나‘는 서서히 기시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후로 점점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생겨났다. 이상하지 않지만 이상하다.
’나‘는 결국 큰 소리로 모두의 앞에서 외치고 말았다.
"씨발."
-
이라 외치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았다.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인데?”
사무실 속 모든 인원들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의자를 뒤로 빼고 ‘나’를 쳐다보고 걱정하듯 물었다.
“... 설명드리긴 힘들지만.. 반차쓰고 일찍 들어가봐도 될까요..?”
아무도 내가 들어가겠다는 걸 막을 사람은 없겠지,
“..그래. 그래 일단 들어가고, 지금 다들 업무중이니 마음 추스리고 내일 이야기해보자.”
박과장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임시로 수습하고, 내일 출근전 문제직원을 케어해야 하는 업무가 생겼다.
“네, 죄송합니다.”
나는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나’는 이런사람이 아니었다. 받은만큼 이상으로는 일하자, 남들에게 발목잡는 행동은 하지 말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를 다녔다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아주 사소한 허락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해가 저물도록 한참을 공원을 몇 바퀴째 걸었다.
그리고 내가 이상해졌다는 생각보다, 분명 '그 사람'이 원인이다 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
'그 사람'의 자리는 사무실 서쪽, 통유리 너머 도시 풍경이 제일 잘 보이는 그곳.
햇살이 비치는 풍경이 보이는 자리가 부러워서, 창 바깥을 쳐다보다가 '그 '가 보이기 시작했다.
9시 50분, '그 사람'은 사무실 밖을 나간다. 그리고는 10시가 되기 전 반드시 돌아온다.
10시 50분, 이번엔 주변 동료들에게 점심 식사 계획을 묻고,
11시 25분, 자리에서 일어나 항상 나에게 온다.
시침이 12를 가리키고, 분침이 정수를 가리키는 순간 정확히 나에게 온다.
우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사흘… 반복이 되고 나는 확신했다. 난 그의 다음 행동을 예측했다.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어떻게 사람이 분 단위를 어기지 않고 움직이지?'
..주변의 공기가 차갑다는걸 깨닫고 다시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내일 모두에게 사과하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해봐야겠다. 안 그러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